가볍게 읽을 생각에 고른 책으로 서점에 들러 신간코너에서 두어장 읽은 후에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기대없이 시작해서 읽을수록 순간 번뜩이는 재치와 깊이를 알 수 없는 통찰에 흥분을 감출 수 없다. 평범한 일상들이 러셀의 생각을 통해 여과되면서 생각치도 못했던 의미로 새롭게 인식되고 삶에 대한 섬세한 성찰에 의해 마음속 깊이 반성과 공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존 록펠러씨는 재산이 얼마 없는 가정에서 자란 것을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 중 하나로 꼽는다고 회고록에서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자녀들은 이런 축복을 누리지 못하게 하느라 애써왔다."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는 이제부터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두 사람의 '의무'라는 얘기를 듣는다. 사랑이란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의지로 통제할 수 없고 따라서 의무의 영역에 넣을 수 없는데도 그렇다고 한다. 신중한 행동이야 의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하늘의 은총이다. 따라서 그 은총이 철회되었을 때는 그것을 상실한 사람을 비난할 게 아니라 동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보편적인 사회통념을 보기좋게 깨어버리고 보니 맑고 환한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져 있는 듯 새롭고 상쾌하다. 놀라운 것은 80년전의 모습과 현재의 우리 모습이 생각만큼 다르지 않다는 점이며 언제부터인가 틀에 갇혀버린 우리의 사고는 좀처럼 다시 자유로워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한 평범하고 경직된 우리의 관념에 러셀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고는 틀을 깨는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다른 책들에 비해 비교적 듬성듬성 휑하기까지한 여유로운 행간이 내겐 특별한데
처음엔 좀 더 조밀한 편집으로 책 두께를 줄이지 못했나하는 의아심이 들었으나 읽다보니 생각했던것과는 다르게 이 책의 특성상 여유로운 행간이 전하는 여운이 특별하다.
편집자의 특별한 배려인지, 호감을 갖고 있는 나만의 편애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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