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리뷰

체온계 이야기

lim chulwoo 2011. 12. 6. 14:04
아이둘을 키우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필요해지는 물건들이 있다.
그 중에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집에서라면 절대 신경도 쓰지 않았을 물건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체온계다.
첫아이를 키울때 당시구입경험을 기억해보면, 그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편의의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하는 안일한 자세로 여느 소비재와 다를 것 없이 브랜드를 믿고 가격을 저울질해 디자인으로 선택해 구입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아이 둘을 10년이상 키우다 보니, 육아용품 중 체온계가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도가 상상 이상이다.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기침, 콧물, 기타 컨디션등과 더불어 여러가지 증상을 체크하지만 체온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그 심각성을 판단할 수 방법은 없다.
응급실을 뛰어가야 하는지 판단을 할 때나 아이들 등교등 기타 스케줄의 진행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로서 그 역활이 막중하다.

따라서 이 작은기계가 수행하는 능력에 따라 잠시나마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으므로 기능수행능력이 일정수준이상 도달하지 못할 경우 급기야 성질 급한사람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리는 불상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럼 이 체온계가 갖추어야 할 미덕은 무엇인가?

우선, 체온측정의 정확성은 보장한다는 가정하에 살펴보자면,

첫째. 부팅속도와 측정속도다.
잠든후를 제외하고 한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는 아이들의 귓속에 체온계를 들이대고 잠깐이나마 정적을 요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거기에 한 팔을 부여잡고 체온계을 부팅시켜 레디상태로 만든후 체온을 측정하는 시간은 때로 엄첨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해서 부팅속도와 측정속도 모두 신속한게 최선이다. 다만 둘 다 만족하지 못할 경우 측정속도가 빠른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으리라.

둘째. 조명과 무음기능이다.
아이가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신음하며 반쯤 잠든 상태로 일각을 다툴때 환하게 형광등 조명아래서 간호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고비를 넘겨 곤히 잠든 아이의 열을 점검할때 이 조명기능 하나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동시에 삐~하는 기계음까지 무음처리가 된다면 이 보다 좋을 수 있으랴.
간단한 편의라고 생각되지만 조명과 무음기능을 갖추지 못한 체온계를 사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불편은 무조건 염려 이상이다.

셋째. 작고 튼튼해야한다.
가능하면 작아야 좋다. 어차피 한 손에 들어오는데 큰 차이있으랴 생각되지만, 준비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모들은 건강한 아이들이라 해도 동반여행시 체온계는 필수소지품이다.
일단 밖으로 소지해야 하는 휴대성이 있는 아기용품은 기능의 차이가 없다면 항상 가볍고 작은게 최선의 선택이다. 외출시 아이들의 짐이 얼마나 많아지는지 여러말이 필요없으리라 보고 부연 설명은 말자.
더불어 항상 아이주변에 두어야 하는 물건임으로 아이들 손을 타지 않을 수 없다.
정밀한 체온센서가 있다느니하는 구차한 변명은 필요없다. 바닥에 예사롭지 않게 내동댕이 쳐지고, 가끔은 우유나 음료가 조금씩 새어들어가도 꿋꿋이 버티는 내구성이 좋겠다. 정 힘들다면 서비스라도 편리한 제품을 택해야 겠지만, 우선은 강한 내구성이다.

크게 봐서 체온계가 갖추었으면 하는 자질은 이정도이지만,
아직 이 간단한 기준에도 만족스럽게 부합되는 기계는 없어 보인다.

최소한 내 손에 들어있는 체온계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진 않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체온계는 아주 단순한 기계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용자에게 감동적인 편의을 선사하기 위해 엄청난 창의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단지 실제상황에서 어떠한 환경조건에 노출되는지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단, 우린 만들면서 고민할 수 없으니, 살 때라도 고민해 보는건 어떨까?